지난 글에선 필자가 과거 소소한 사업을 하던 시절에 행했던 접대 제공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다. 이런 저런 상황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았지만, 결국은 헛된 욕심을 이기지 못한 나약함의 결과여서 후회스럽고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기왕 시작을 했으니, 접대 제공 뒷 이야기를 이어가보려 한다. 

술 한잔 진하게 대접하기로 한 당일, 업체 사무실에서 대면한 담당자는 필자보다 7-8년 연장자로 보였다. 은근히 뭔가를 바라며 약속을 몇번이나 펑크냈던 기억때문인지 첫인상이 좋지는 않았다. 

간단한 인사만 나누고 헤어진 후, 저녁 식사를 위해 다시 만난 건 7시 무렵. 아구찜에 소주 한잔 걸치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눠보니, 능구렁이가 수십마리 또아리를 틀고 앉아있을 것 같은 느낌과는 다르게 그저 평범한 두 딸의 아버지였다. 왠지 그게 더 씁쓸했다. 차라리 누가 보더라도 돈에 환장한 파렴치한 이었다면 더 마음이 편안했을 것 같았다.

묘한 감정을 숨기며, 2차로 북창동으로 향했다. 이렇게까지 해야할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쳤지만, 어차피 내친 걸음이었다. 접대부를 끼고 앉아 노래도 몇 곡 부르며 몇시간을 질펀하게 놀고 나서야 자리를 나왔다. 그때까지 거래에 대해서는 서로 어떤 이야기도 없었다. 

풀린 다리를 서로 기대가며 택시를 잡으러 걸어갔다. 먼저 오는 택시를 태워 보내려는 찰나 꼬인 혀로 뭐라고 뭐라고 중얼거렸다. 이틀 후에 사무실로 들어오라는 얘기를......마치 외계어처럼.


다음 날, 간신히 출근해서 숙취가 가시기도 전에 팩스가 울렸다.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에 얼른 들여다보니, 대략적이지만 꽤나 쏠쏠한 물량의 견적의뢰서였다. 효과 한번 빠르군. 한동안 쓴웃음을 지으며 서있었다. 아~ 이틀 후에 사무실로 오라는 말이 이거였구나.

처음이니 최대한 단가를 맞춰서 작성한 견적서를 들고 사무실로 찾아갔다. 한번 술자리를 갖은 탓인지 첫만남 때보다는 마음이 한결 편했다. 간단히 눈인사를 하며 견적서를 건내자, 꺼내보지도 않고 한쪽으로 놓아두며 이런 얘기를 했다. 이번 주말에 전에 만났던 아구찜 집에서 저녁이나 먹자고....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속을 스쳤다. 매번 이래야 하는 건 아니겠지?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꺼낸 칼이니 헛스윙이 되더라도 휘둘러보자.

시간 약속을 하고, 사무실을 나오기 전에 슬쩍 이야기를 전했다. 견적서 살펴보시고 전화 주시라고.

알겠다는 대답과 함께 씩 웃으며 한마디 덧붙인다. "걱정말라고"


걱정말라고......


뭘 걱정말라는 걸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다른 업체들 견적서와 관계없이 나에게 발주를 주겠다는 뜻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혹시 뭘 더 달라는 건가? 

잠시 망설여졌지만, 어차피 진흙탕에 발을 담갔으니........ 뭔가를 따로 준비하기로 했다.

금요일 저녁, 지난 번처럼 아구찜에 간단히 소주 일잔을 걸치고, 2차를 거치는 동안에도 아무런 얘기가 없다. 걱정말라더니 뭐라고 언질이라도 줘야하는거 아닌가??

더이상 꼬부라지기 전에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 찬바람에 정신이 좀 들때 쯤, 택시비나 하라며 준비한 봉투를 슬쩍 건내자, 예의상 한번의 거절뒤에 모르는척 받아넣더니 그제서야 양복 안주머니에서 뭘 꺼낸다. 부시럭 부시럭.....



얼핏보니 발주서였다. 


거 어차피 줄 거, 빨리 좀 주지........ 아니야, 이거 봉투 안줬으면, 나에게 안올수도 있었던건가??

참 징그런 양반이구만......쩝!!


연신 조심히 들어가시라며 인사를 건네고 돌아서서 발주서를 살펴보다가, 걱정말라는 말의 뜻을 알았다.








필자가 견적낸 단가와 전혀 딴판의 발주서였다. 

무슨 소린가하면,


여러 품목중 한가지를 단가 500원에 견적을 넣었는데, 발주서에는 700원이 적혀있었다. 수량이 15000EA.


이 한가지 품목만으로 지난 두번의 접대 비용과 봉투까지 깔끔하게 해결이....

나머지 품목들 역시 다르지 않았다.


이러니 쉽게 사라지기는 어려운게 현실아닐까??



지난 번 글은 너무 딱딱한 듯해서 이야기하듯 풀어보았는데 어땠는지 모르겠다. 그저 필자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옮긴 것일뿐, 무슨 결론을 내리려고 적은 글은 아니다. 그러니 결론이 뭐냐며 물어뜯지 마시기 바란다. 











Posted by Sㅣ나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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